8월의 크리스마스, 잔잔하고 아련한 로맨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작은 동네에서 초원 사진관을 하고 있는 정원(한석규)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루하루를 평소처럼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을 인화하면서 보통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는 친구 부모님 장례식을 다녀오고 다림(심은하)를 만나게 됩니다. 사진인화를 재촉하며 요청하는 다림에게 정원은 쌀쌀맞게 대하지만 이내 미안해서 아이스크림을 건네면서 사과합니다. 다림은 주차단속 요원으로 구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단속사진 때문에 자주 사진을 인화하러 오게되면서 초원 사진관 단골이 되고 둘은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자주 만나게 되면서 호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기도 하고 놀이공원에도 가고 맥주도 한잔하면서 가까워 집니다. 그러나 정원은 시한부인생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상태가 안좋아진 정원은 입원하게 됩니다. 그 때 다림은 사진관에 찾아오지만 정원이 없고 문이 닫힌 사진관에 편지를 써서 꽂아둔채로 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사진관은 닫혀있고 편지 또한 그대로 있었습니다. 다림은 화가 나서 돌을 던져 사진관 유리를 깨버립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림은 근무처를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정원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이제 정원을 그리워 하게 됩니다. 정원 역시 입원해있는 상황에서 다림을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죽기 전 사진관에 들린 정원은 깨진 유리와 다림이 쓴 편지를 읽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다림에게 남길 답장도 씁니다.

 

 시간이 지나 정원이 죽고 나서 겨울이 됩니다. 사진관은 정원의 아버지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느날 검은 옷을 차려입은 다림이 사진관에 찾아오고 사진관 진열대에 놓인 자신의 사진을 보고 미소지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8월의 크리스 마스 뒷 이야기

 개봉 당시 서울 관객수가 약 42만명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전국 관객수를 집계 할 수 없던 시기라 서울관객수로 전국 관객수를 역산하기도 했습니다. 그해 영화 관객 수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한석규는 접속 이후 차기작이었으며 영화의 OST까지 직접 불렀습니다. 여담으론 한석규는 배우 이전 강변가요제 수상실력까지 있습니다.

 

 기존 멜로 영화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멜로영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의 새로운 사랑이라는 다소 신파적인 이야기지만 담담하면서 천천히 영화는 흘러갑니다. 환자에게 동정심으로 가득한 감정으로 다가서지 않고 미니멀리즘 전략으로 신선한 한국형 멜로를 탄생시켰습니다. 1998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도 초청받기도 합니다. 

 

 시나리오도 매우 좋은 평을 받았고, 대학수능 모의평가 국엉영역 지문에도 등장했으며, 2000년대 초반 언어여역 모의고사에도 등장했고 2021년 수능특강 문학에도 수록되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1998년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영화 내에서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온 할머니는 연극 배우 김애라씨였는데 실제 영화 이후 3년 후 사망하였을 때 영화에서 찍었던 사진을 실제 영정사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초원 사진관은 군산시에 있는데 실존 사진관이 아니라 차고를 개조해서 사용했습니다. 촬영 당시 실제 사진관인지 알고 필름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철거되어 예전 창고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관광명소를 개발하던 군산시에 의해 2012년 다시 복원돼 현재 영화 속 초원사진관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본에서 리메이크 한 사연

 일본에서 2005년에 리메이크되어 개봉했습니다. 제목도 그대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인용했습니다. 다만 여자 주인공 유키코의 직업은 주차단속요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바뀌었습니다. 그 외 내용은 거의 원작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원작이 일본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줬고 잔잔한 로맨스가 주류인 일본 로맨스 영화 코드와 잘 어울려 일본에서 대박이 났었다고 합니다.

 

 원작에서는 정원이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DVD 작동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또 다림이 쓰는 카메라가 필름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